일반상식의 허점
[ 우울증은 스트레스에서 온다? ]
최근 신문이나 잡지 등 각종 언론 보도를 보면 사회 현상과 관련지어 자주 우울증을 언급하고 있다. 때론 스스로가 자신을 우울증 환자라고 진단하고 정신과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잘못된 상식을 마치 정설인 양 당연시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에 올바른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허점 1. 우울증은 정신적 쇼크를 받아서 생긴다?
■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쇼크를 받아서 오는 우울, 예를 들어 가까운 친지가 죽거나 재산을 탕진한 경우 또는 실직을 했거나 고부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성 우울’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울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울증 치료가 필요할 정도까지 발전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쉽게 말해서 우울증은 별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허점 2. 우울증은 내성적 성격에 많이 생긴다?
■ 우울증은 성격이 원래 우울하거나 지나치게 꼼꼼하다거나 내성적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경우도 있지만, 평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에게도 올 수 있다. 성격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보다는 우울증으로 인해 성격이 우울한 것처럼 보이는 예가 훨씬 많다.
허점 3. 우울증 치료에는 약보다 정신 상담이 더 중요하다?
■ 정신과에서 쓰는 약은 무조건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있으며,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인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으며, 자살을 목적으로 대량 복용하지 않는 한 중독성도 없다. 또한 다른 항정신병 약과는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거의 없다. 한편 우울증 치료에 정신과적 상담 치료가 약간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며 주된 역할은 약이 하는 것이다.
허점 4. 우울증 치료는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에서 해야 한다?
■ 우울증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 증세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는 예도 흔하다. 이런 환자를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에 보내면 더욱 자기만의 왜곡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온갖 엉뚱한 번민에 휩싸여 자살 충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많다.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은 오히려 보통 사람의 정신적 휴식처로 적당하다. 그런데 이를 확대시켜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병에 적용시키는 것은 위험 천만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환자 스스로가 이러한 시설을 원해 그 곳에서 지낸다 하더라도 약은 철저히 복용해야 치료의 의미가 있다.
허점 5. 우울증은 생각을 긍정적으로 가져야 낫는다?
■ 병으로 인해서 저절로 우울하고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이 가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오락이나 취미 생활을 강조하는 경우도 그럴 듯해 보이나 실제 우울증 환자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남들은 저렇게 재미있게 즐기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으니 더욱 실망이 커져 정신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오락이나 취미 생활은 처음부터 강요하는 것보다 약으로 증세가 다소 나아져 환자 스스로 즐기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때 권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비교적 잘 낫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으면 약 1개월이면 좋아진다. 다만 약을 복용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가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15일이나 그 이상 지속해 약을 써야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며칠 약을 복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곧 약을 중단하는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워진다. 또한 저절로 나을 수도 있다 하여, 기다리기만 하는 것 역시 환자에게 기나긴 고통이 될 뿐이다.
[ 출처 : 삼성서울병원, 김형태신경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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